황규철 군수·안석환 배우도 함께한 ‘우리 함께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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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철 군수·안석환 배우도 함께한 ‘우리 함께 살아요’
  • 이성열 기자
  • 승인 2026.11.0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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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주민배우들, 사투리·웃음으로 가족의 정 무대에


“상금 200만 원이라는데 세탁기 하나 바꿔야 안 되것어”

옥천 포도밭을 배경으로 시어머니와 베트남 며느리가 노래자랑 상금을 타기 위해 한마음으로 연습에 나선다. 처음에는 말도 마음도 조금씩 어긋났던 두 사람이 노래를 함께 부르고 몸을 맞춰 율동을 연습하는 사이 어느새 서로의 속마음을 알아간다.

지난달 29일 저녁 옥천 관성회관 무대에 오른 주민연극 ‘우리 함께 살아요’는 그렇게 평범한 옥천 사람들의 삶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 공연은 ‘구석구석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의 하나로 마련됐으며 지난 5월부터 진행된 ‘안석환 주민과 함께하는 연극교실’의 결실이다.

 

공연을 마친 출연진, 관람객의 박수 속 무대 인사
공연을 마친 출연진, 관람객의 박수 속 무대 인사

 

전문배우가 아닌 옥천 주민들이 직접 배우가 돼 수개월 동안 연습한 끝에 무대에 섰다. 첫 공연에 이어 지난달 30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두 번째 무대를 선보이며 이틀간의 공연을 마무리했다.

막이 오르기 전부터 공연은 이미 시작됐다. 무대 화면에는 유준상·김세정·조병규·염혜란·차청화·한상진·김정란·김시우 등 배우들과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이 응원 메시지를 전해 객석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극의 중심에는 포도농사를 짓는 충청도 시어머니 신선자와 베트남에서 시집온 며느리 리우가 있다. 둘 사이에는 처음부터 살갑기만 한 관계가 형성돼 있지 않다. 말투도,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도 달라 어색함이 묻어난다. 그러나 마을을 들썩이게 한 ‘옥천 포도·복숭아축제 노래자랑’이 두 사람 사이를 바꿔놓는다.

1등 상금은 200만 원. 2등 상품은 공교롭게도 시어머니 집에서 가장 필요했던 ‘세탁기’다. 상금을 향한 두 사람의 목표가 하나가 되면서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된다. 리우는 서툰 한국말로 노래를 따라 부르고 무뚝뚝했던 시어머니도 어느새 며느리의 동작을 맞춰주며 함께 무대를 준비한다.

마침내 두 사람은 청포도 의상을 맞춰 입고 노래자랑 무대에 오른다. 노래와 율동을 쏟아내며 혼신의 힘을 다하지만 결과는 중도 탈락. 꿈꾸던 상금과 세탁기는 손에 넣지 못했다.

 

시어머니와 베트남 며느리의 노래자랑 무대
시어머니와 베트남 며느리의 노래자랑 무대


그러나 정작 두 사람이 얻은 것은 따로 있었다. 함께 노래하고 웃고 속상해하는 과정에서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고 시어머니 역시 타국에서 가족을 꾸리고 살아가는 며느리의 삶을 바라보게 된다. ‘우승’보다 두 사람의 관계가 가까워지는 과정이 이 연극의 진짜 결말인 셈이다.

공연에서는 옥천 사람들에게 익숙한 충청도 말씨도 그대로 살아났다. 무대 위 배우들이 구수한 옥천 사투리로 말을 주고받을 때마다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고 포도농사와 마을 사람들의 일상, 다문화가족의 이야기가 겹치면서 관객에게는 ‘우리 동네 이야기’를 보는 듯한 친근함을 줬다.

농어촌 기본소득도 극 속 옥천의 현재를 보여주는 소재로 등장했다.

황규철 옥천군수는 사전 영상에 두 차례 등장했다. 한 장면에서는 옥천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선정되기까지의 과정과 지역의 변화를 설명했다. 황 군수는 대청댐 상류지역의 각종 규제, 사회적경제 조직 기반, 향수OK카드 이용률 등 옥천의 여건이 선정 과정에서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기본소득 시행 이후 인구가 다시 5만 명을 넘어섰고 지역 안에서 새로운 가게와 생활서비스가 생기는 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도 영상에 담겼다.

극 속에서는 이 이야기가 “원래도 인심 좋고 살기 좋은 옥천인데 기본소득까지 생겼으니 와서 함께 살아보라”는 주민들의 정서와 자연스럽게 맞물렸다. 정책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마을 사람들의 생활과 웃음 속에 끌어들인 것이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황 군수가 군수실에서 직접 노래를 부르며 노래자랑 예선에 도전하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예선 탈락’. 본 무대에는 오르지 못한다는 설정으로 처리해 객석의 웃음을 이끌었다.

 

안석환 배우와 황규철 옥천군수, 주민 기념촬영
안석환 배우와 황규철 옥천군수, 주민 기념촬영

 

이번 공연을 이끈 배우 안석환도 예외는 아니었다. 화면 속에서 직접 노래를 부르며 예선에 나섰지만 역시 탈락한 것으로 설정됐다. 주민배우들과 같은 이야기 속 인물로 들어간 장면이었다.

안석환 배우는 지난 5월부터 주민들과 호흡하며 연기와 무대 표현을 지도해왔다. 주민들은 각자의 일상을 이어가면서 연습을 거듭했고 그 시간들이 포도밭과 가족, 이웃의 이야기로 무대 위에서 다시 태어났다.

이날 황규철 군수와 부군수 등도 객석에 앉아 주민배우들의 공연을 끝까지 지켜봤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안석환 배우와 출연진, 관람객 등이 무대에 모여 함께 기념사진을 남겼다. 무대와 객석을 나눴던 경계도 마지막 순간에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전문배우가 아닌 주민들의 다소 투박한 연기가 오히려 옥천의 말과 표정, 생활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세탁기를 타기 위해 시작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노래 연습은 결국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됐고 포도밭에서 시작된 한 가족의 이야기는 이웃과 지역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로 넓어졌다.

화려한 무대장치보다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와 옥천 사투리, 주민들의 웃음이 채운 무대였다. ‘우리 함께 살아요’라는 제목처럼 이날 관성회관에는 연극을 하는 사람과 바라보는 사람, 오래 살아온 주민과 새롭게 옥천에 온 사람 모두가 한마을 사람처럼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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