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023년 도입한 ‘중심지역관서제’ 이후 공동체관서로 전환된 농촌 파출소의 상주 인력이 크게 줄고 일부 도 지역에서는 긴급신고 현장 도착시간도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박덕흠 국회부의장은 수백억 원을 들여 공동체관서를 신축하면서도 근무인력을 줄였다며 농촌 치안 공백 대책을 지적했다.
박덕흠 국회부의장(보은·옥천·영동·괴산)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공동체관서는 410곳이고 여기서 일하는 경찰관은 487명이다. 한 곳에 1.2명꼴이다. 이 가운데 71.5%인 293곳이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등 7개 도에 몰려 있다. 7개 도의 근무자는 283명으로 관서 수보다도 적고 그중 94.3%인 267명이 50대다. 전남은 공동체관서 59곳에 근무자가 37명뿐이며 전원이 50대다. 경북도 88곳에 86명이 근무하는데 이 가운데 97.7%가 50대다.
중심지역관서제는 인근 지구대·파출소를 묶어 순찰 인력을 거점인 ‘중심관서’로 모으고 나머지는 ‘공동체관서’로 남기는 제도다. 2023년 시범운영을 거쳐 2024년 7월(1급지)과 9월(2·3급지) 전국으로 확대됐다. 공동체관서는 낮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근무가 기준이며 112신고 처리와 순찰은 중심관서가 맡는다. 이 때문에 거점으로 쓰지 않는 관서는 저녁 6시부터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비어 있다.
농촌 파출소(공동체관서)에서 빠진 인력이 중심관서로 옮겨간 것만도 아니다. 지역경찰 자체(전체 현원)가 줄었다.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전국 지역경찰 정원은 5만 641명에서 5만 897명으로 256명 늘었지만 현원은 5만 624명에서 4만 8,905명으로 1,719명(3.4%) 줄었다.
같은 기간 충북 지역경찰은 73명(5.0%) 줄었고 그 절반인 37명이 보은·옥천·영동·괴산 4개 경찰서에서 빠졌다. 4개 서 지역경찰의 12.8%가 사라진 것으로 전국 감소율의 4배에 가깝다. 전국 정원이 늘어나는 동안 4개 서의 정원은 오히려 30명 줄었다. 순찰차도 전국에서 39대 늘었지만 충북은 7대 줄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줄었다.
반면 공동체관서 신축에는 상당한 예산이 투입됐다. 2023년 이후 새로 지은 공동체관서 18곳에 138억 6,000만 원이 들었다. 그러나 이들 18곳의 근무 경찰관은 제도 시행 전인 2022년 233명에서 올해 7월 24명으로 90% 줄었다. 현재 공사 중이거나 신축 예정인 공동체관서도 23곳으로 사업비가 약 300억 원에 이르지만 이들 23곳의 근무 인원은 모두 합쳐 51명에 불과하다.
보은·옥천·영동·괴산에서는 2024년 9월 30일 파출소 10곳이 한꺼번에 공동체관서로 바뀌었고 올해 2월 보은 속리산·삼승파출소가 더해져 12곳이 됐다. 충북 공동체관서 18곳의 3분의 2다. 이 12곳에서 일하던 경찰관은 제도 시행 전인 2022년 87명에서 올해 7월 12명으로 86% 줄었다.
12곳의 관할 면적을 합치면 1,172㎢로 서울시 면적의 두 배에 가깝다. 영동 양강파출소는 2021년 9월 5억 1,400만 원을 들여 새로 지은 청사지만 준공 3년 만인 2024년 9월 공동체관서로 바뀐 뒤 올해 7월 근무자가 0명이 됐다. 보은 회인파출소도 근무자가 한 명도 없다.
박덕흠 부의장은 “출동도 안 하고 밤이면 비어 있는 곳을 주민들께 파출소라고 할 수 있나”라며 “서울 두 배 넓이의 땅을 밤이면 아무도 없는 파출소가 지키고 있다. 이것이 효율인가 방치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5억 원 넘게 들여 새로 지은 파출소에 경찰관이 단 한 명도 없다. 건물 지을 돈은 있어도 사람 둘 생각은 없는 것”이라며 “인력도 정원도 순찰차도 농촌에서 빠져나갔다. 중심지역관서제가 농촌 치안을 빼서 다른 곳을 채우는 제도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출동 시간도 지역별 차이를 보였다. 긴급신고(코드0·1) 평균 현장도착 시간을 2022년과 올해 9월로 비교하면 서울은 286초에서 261초로 25초 빨라졌다. 반면 같은 기간 충남은 99초, 전북은 45초, 전남은 40초, 경남은 25초, 경북은 16초 늦어졌고 전국 평균도 30초 늘었다. 충북 평균은 5초 빨라졌다.
시도 평균에 가려진 지역별 차이도 나타났다. 올해 긴급신고 평균 도착시간은 청주상당경찰서가 4분 42초, 보은경찰서가 8분 17초였다. 보은은 충북에서 가장 늦었고 서울 평균 4분 21초의 1.9배였다. 납치·강도 등 최긴급인 코드0 신고의 경우 영동경찰서는 평균 15분 6초로 전국 평균 4분 29초의 3.4배였다.
한편 경찰청이 충북에서 중심지역관서제 시행 전후 각각 90일간 코드0~3 전체 출동신고를 별도로 분석한 결과 평균 현장도착 시간은 603.4초에서 655.3초로 51.9초, 8.6% 늘었다. 다만 경찰청은 현장 도착까지 15분 넘게 걸린 신고 건수를 묻는 박 부의장실의 자료요구에는 “해당 분석자료는 없음”이라고 회신했다.
박 부의장은 "납치·강도 같은 코드0 신고에 15분이면 그사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경찰 스스로 시행 이후 늦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도 가장 늦은 신고가 몇 건인지는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넓어서 늦을 수밖에 없다면 그만큼 사람과 순찰차를 더 둬야 하는데 오히려 줄였다"며 "골든타임마저 사는 곳에 따라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