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계절이 돌아오면 지역마다 화려한 현수막이 내걸리고 공연과 먹거리,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옥천 역시 계절마다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린다. 그러나 행사가 끝난 뒤 문득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과연 이 축제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그리고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나는 일본 유학 시절, 현지의 전통 축제인 ‘마츠리(祭り)’를 가까이에서 경험한 적이 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화려한 행렬이나 볼거리보다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내가 경험한 일본의 마츠리는 단 며칠간의 행사를 위해 일 년을 준비했다. 주민들이 모여 의논하고 역할을 나누며 어른들은 오랜 경험을 전하고 젊은이들은 새로운 활력을 보탰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그 과정에 참여하면서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배워 갔다.
그들에게 축제는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행사를 구경하는 날이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준비하고 만들어 가는 공동체의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이웃을 만나고 세대가 어우러졌으며 축제가 끝나면 다음 해를 기약했다. 그 속에는 공동체의 자부심과 소속감이 살아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떠올릴 때마다 옥천의 축제 현실이 아쉽게 느껴진다.
물론 지역 축제가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도 중요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축제의 본래 취지보다 행사 규모와 방문객 수, 판매 실적이 더 강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축제장에는 각종 판매 부스와 먹거리 장터가 들어서고 외부 상인들이 적지 않은 공간을 차지한다. 자리 사용료를 받고 판매 공간을 배정하는 일이 축제 운영의 한 부분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외부 판매 중심의 공간이 늘어날수록 정작 지역 주민과 상인,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할 자리는 충분한지 묻게 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축제의 내용이 주민들의 기대를 채우지 못하면 관심도 자연스럽게 멀어진다는 사실이다. 해마다 비슷한 공연과 판매 행사가 반복된다면 주민들에게 축제는 기다려지는 날이 아니라 그저 지나가는 연례행사로 남을 수밖에 없다.
축제는 돈을 쓰는 행사가 아니라 사람을 모으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우선 축제의 준비 과정부터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행사가 임박해서 참여자를 모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일 년 동안 주민과 지역단체, 청년과 어르신,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기획하고 준비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마을마다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주민들이 직접 공연과 전시, 체험 활동을 준비하도록 지원한다면 축제의 내용은 훨씬 풍성해질 것이다. 축제는 전문가에게 맡겨 완성하는 상품이 아니라 주민들이 함께 가꾸어 가는 지역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판매 부스의 운영 기준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외부 상인의 참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지역 농민과 소상공인, 주민들이 우선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확보하고 판매 수익이 지역 경제에 얼마나 환원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축제 예산의 평가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방문객이 몇 명 왔는지 못지않게 주민들이 얼마나 참여했는지 지역의 이야기가 얼마나 담겼는지 다음 해에도 이어질 공동체 활동은 무엇인지를 평가해야 한다.
축제의 성공은 무대의 크기나 초청 가수의 유명세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주민들이 스스로 기다리고 준비하며 자랑스러워하는 축제라면 그 자체로 이미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옥천은 풍부한 자연과 역사, 문학과 농업의 자산을 지닌 고장이다. 여기에 주민들의 삶과 이야기가 더해진다면 어느 지역과도 닮지 않은 축제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축제의 주인은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주민이어야 한다.
이제 옥천의 축제가 며칠간의 소비성 행사에서 벗어나 일 년 동안 주민들이 함께 준비하고 기다리는 공동체의 잔치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사람이 모여야 축제가 되고 마음이 모여야 전통이 된다. 옥천의 축제가 다시 주민의 품에서 피어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