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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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값
  • 이종구 수필가
  • 승인 2026.10.0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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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값하네”- ‘얼굴값’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격에 맞지 아니하는 아니꼬운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던지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말을 잘 곱씹어 보면 ‘행동을 바르게 했나?’라는 반성이 된다. ‘꼴값하네’는 자만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그러면서 나는 얼굴값을 제대로 했나 하는 되돌아 봄을 생각한다.

삼국지에 보면 적벽대전에서 조조 자만하다 공명, 주유의 화공(火攻)에 걸려 대패하고 겨우 도망치는 수치를 당했다. 역사에는 자만하는, 꼴값도 못하는 정치꾼들이 자주 등장한다. 옛 이스라엘의 사울 왕은 다윗을 죽이려고 꼴값도 못하다가 창피를 당한다. 조선의 선조는 정책의 판단의 실수로 책임을 저버리고 의주까지 피난을 가는 수치를 당했다.

독재자의 대표격이 된 나치(Nazi)의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파시스트(Fascist)인 베니토 무솔리니(Benito Mussolini)도 그렇고, 리비아(Libya)의 카미스 카다피(Khamis Gaddafi), 이라크(Iraq)의 사담 후세인(Saddam Hussein) 등 모두 꼴값도 못한 정치인 들이고, 그들은 모두 비참한 인생의 종말을 맞는 공통점이 있다.

속담을 보면 더 재미있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한다’, ‘과일가게 망신은 모과가 한다’고 하여 자신의 행위가 남에게 민폐를 끼친다는 경종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은 꼴뚜기(오징어)와 모과가 더 값나가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꼴값을 하는 모양이다.

꼴값은 결국 자신의 분수에 맞는, 자신의 직책에 맞는 행동을 하라는 말이다. 2014년 12월 28일 노르만 아틀랜틱호는 승객 422명, 승무원 56명과 함께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항해하던 중 오전 4시 30분경 화물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노르만 애틀랜틱호의 아르길리오 지아코마치 선장은 승객들을 대피시키고 마지막으로 배에서 내렸다. 꼴값을 했다.

그런데 우리 기억에 여전히 남아있는 세월호 구출의 한 장면 –속옷 차림의 ‘이○○ 세월호 선장 탈출 모습’-은 꼴값을 하지 못한 부끄러운 모습이다. 죽으라는 말이 아니라 꼴값을 하는 최선의 모습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도 하고 깊이 생각하지 못한 잘못을 저질러 꼴값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종종 있게 마련이다. 논어(論語) 학이편(學而編)에 「曾子曰; “吾日三省吾身. 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증자왈 오일삼성오신 위인모이불충호 여붕우교이불신호 전불습호)」라는 말이 나온다.  오일삼성오신(吾日三省吾身) - 하루에 세 번 자신을 살펴보고 반성한다는 말이다. 성현들도 이렇게 반성한다는데 하물며 우리 같은 속인(俗人)은 24시간 내내 반성해도 모자랄 것 같다. 다만 반성하고자 하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꼴값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스라엘의 2대왕 다윗은 수하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다. 그러나 그 사실을 지적하는 나단 선지자의 질책을 듣고 철저하게 반성한다. 구약성경 시편에는 ‘내가 탄식함으로 피곤하여 밤마다 눈물로 내 침상을 띄우며 내 요를 적시나이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잘못을 인정하며 철저하게 회개하는 그 모습이 있었기에 다윗은 위대한 왕으로 추앙을 받는 것이다. 꼴값을 했다.

청명한 가을날씨가 계속돤다. 푸른 가을 하늘 아래 묵묵히 지난 여름의 더위를 이기고 알차게 익어가는 과일들을 보며 그들의 꼴값을 생각해본다. 자만하지 않고, 겸손하며 주어진 일에 성실히 얼굴값 하는 이 가을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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