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상류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옥천군 동이면 청마대교 인근에서 여름철새인 파랑새(Eurystomus orientalis)가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다 힘차게 날아오르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5월 청마대교에서 처음 보고 난 후 옥천 곳곳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새다.
전깃줄 위에 의젓하게 앉아 주변을 살피던 파랑새는 이내 날개를 활짝 편 채 푸른 녹음을 배경으로 허공을 가르며 날아올랐다. 정지해 있을 때는 어두운 청록빛으로 보였던 몸이 날개를 넓게 펼치자 날개 끝자락에 숨겨져 있던 선명한 은백색의 원형 무늬가 드러나며 감탄을 자아낸다. 마치 푸른 하늘에 하얀 달러 동전 두 개가 떠다니는 듯한 이 역동적인 비행은 파랑새만의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우리에겐 문학 속 파랑새보다 이 구전 민요 속 구절이 더욱 친숙할지 모른다. 동학농민혁명 당시 녹두장군 전봉준을 비롯한 민중의 애환과 염원을 담아 부르던 이 노래 속 ‘파랑새’는 외세를 상징하기도, 혹은 백성들이 꿈꾸던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상징하기도 했다.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희곡 《파랑새》에서처럼, 우리는 흔히 ‘행복’과 ‘희망’을 찾아 멀리 헤매곤 한다. 하지만 정작 그 파랑새가 우리 역사 속 민중들의 마음속에 늘 살아 숨 쉬었듯, 그리고 지금 옥천의 청정 자연 속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하듯, 청마대교에서 마주한 진짜 파랑새의 존재는 더욱 특별한 울림을 준다. 역사와 문학 속에서 꿈과 희망, 때로는 눈물겨운 염원을 대변하던 메신저가 대자연의 풍경 속으로 걸어 나온 셈이다.
파랑새는 매년 5월경 우리나라를 찾아와 번식한 뒤 가을철에 남쪽으로 이동하는 여름 철새다. 머리와 꼬리는 검은색에 가깝고 몸 전체는 신비로운 청록색을 띠는데, 특히 날개를 펼쳐 날아오를 때 날개 안쪽에 나타나는 선명한 은백색(또는 하늘색) 동전 모양의 무늬가 이 새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 때문에 영어권에서는 '달러버드(Dollarbird)'라는 독특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까치나 딱따구리가 지어놓은 둥지를 빼앗아 번식하거나 노목의 줄기에 있는 썩은 구멍이나 딱따구리의 낡은 둥지를 이용해서 번식한다, ‘케엣, 케엣’, ‘케케켓’, ‘깨깨객객객’ 또는 ‘깩캑’ 하는 거칠고 높은 소리로 울어 동화나 상상 속의 아름다운 청조 이미지와 달리 실제 소리는 꽤 시끄럽다.
파랑새는 주로 높은 나뭇가지나 전깃줄 등 탁 트인 높은 곳에 앉아 날아다니는 곤충을 사냥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고사목이나 오래된 큰 나무가 많은 건강한 숲과 깨끗한 수변 환경을 선호하는 만큼 이번 청마대교에서의 발견은 금강 유역의 생태계가 건강하게 보존되어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현실의 삭막함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바라본 청마대교의 푸른 하늘, 그곳을 향해 거침없이 날개를 펼치는 파랑새의 날갯짓은 지친 현대인들에게 ‘행복과 희망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다’는 소리 없는 위로와 새로운 희망을 건네는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