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군 민선9기 공약 90개가 주민 앞에 공개됐다. 전체 사업비는 7,549억 1.900만 원, 임기 내 투입 계획은 5,714억 1,900만 원이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안착, 미래성장산업단지 조성, 청년 공공임대주택 100호, 금강IC 이설 기반 구축, 대청호 생태 군립공원 조성 등 군정의 방향을 가늠할 만한 사업들이 망라됐다. 교육·정주·농업경제·생태문화·믿음행정의 5대 분야에 걸쳐 83개 사업은 임기 안에, 7개는 임기 이후까지 이어가는 장기사업으로 분류됐다.
이번 공약 발표는 선거 과정에서 나온 약속을 행정의 실행계획으로 구체화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군은 당초 160개 대상사업을 검토해 추진 불가·중복·부적합 사업을 걷어내고 90개 사업을 선정했다. 이후 민간위원과 공무원으로 구성한 특별분과 자문, 군의회 의원간담회, 추가 검토를 거쳐 세부 계획을 다듬었다고 설명한다. 적어도 공약을 단순한 선거 구호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실행 가능성을 살피는 절차를 밟으려 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공약의 가치는 발표의 규모나 사업 수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공약은 행정이 주민에게 건네는 약속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주민의 삶을 바꾸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다. 약속을 지키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몇 건을 완료했는지 얼마의 예산을 집행했는지 만으로 공약의 성공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주민이 실제 변화를 느꼈는지 사업의 효과가 지역경제와 공동체의 미래로 이어졌는지를 함께 물어야 한다.
매니페스토는 선거 때 내건 약속을 임기 동안 실천하겠다는 시민과 행정의 계약이다. 공약 이행과 정보공개 평가는 통상 완료 여부뿐 아니라 연도별 목표 달성, 주민과의 소통, 정보 접근성, 선거공약과 실행계획의 일치 여부 등을 함께 본다. 공약의 신뢰는 화려한 비전에서 나오지 않는다. 주민이 사업의 진행 과정과 결과를 확인하고 필요한 질문을 던질 수 있을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90개 공약의 전체 윤곽과 주요 사업, 사업비, 추진기간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각 사업이 누구에게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인지 분명하게 설명하고 확인하는 일이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군민 1인당 월 15만 원을 2년간 지급하는 정책이다. 이 사업은 지원금 지급 자체보다 지역화폐 등이 지역 안에서 얼마나 소비되고 골목상권과 농촌경제에 어떤 활력을 불어넣었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미래성장산업단지도 64만 3,266㎡의 부지를 조성하는 것만으로 성공이라 할 수 없다. 어떤 기업이 입주하고 얼마나 안정적인 일자리가 만들어지며 지역의 청년과 상권에 어떤 기회를 남기는지가 본질이다.
청년 공공임대주택 100호 역시 숫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청년이 옥천에서 주거 부담을 덜고 일자리와 문화, 돌봄을 누리며 정착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대청호 생태 군립공원, 청산별곡 은하수 숲, 문화예술 소극장과 관광 인프라 사업도 시설과 공간을 새로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자연과 문화유산을 지키면서 주민 소득과 지역 상권, 체류형 관광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돌봄·복지 공약도 마찬가지다. 입학축하금, 아이돌봄, 24시간 어린이집, 청소년 지원, 노인일자리, 장애인 자립·돌봄 정책은 예산과 대상의 확대로만 평가할 수 없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부담이 줄었는지 청소년이 배움과 진로의 기회를 얻었는지 어르신과 장애인이 더 안전하고 존엄한 일상을 누리게 됐는지가 성과의 기준이 돼야 한다.
공약 이행 과정은 주민과 함께 점검해야 한다.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는지, 재원과 인허가, 관계기관 협의는 원활한지, 여건 변화로 보완이 필요한지는 정기적으로 설명돼야 한다. 계획이 바뀌는 일 자체를 실패로 볼 필요는 없다. 중앙정부 정책, 예산 여건, 인구와 산업 환경은 늘 변한다. 중요한 것은 변경 이유를 투명하게 밝히고 주민에게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며, 바뀐 계획의 성과를 다시 검증받는 태도다.
‘국토의 중심, 미래를 여는 옥천’이라는 군정 목표도 결국 주민의 일상에서 증명돼야 한다. 공약 90개가 문서 속 목록으로 남을지 농민과 소상공인, 청년과 아이, 어르신이 체감하는 변화가 될지는 앞으로의 집행과 소통에 달려 있다. 옥천군이 매년 공약의 진척도뿐 아니라 주민 체감 효과와 지역발전 성과를 솔직하게 공개한다면 공약은 행정의 약속을 넘어 지역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 가는 미래의 설계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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