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군의 대표적 생태 탐방로인 ‘향수호수길’에서 경이로운 야생의 순간을 목격했다. 천연기념물 제328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인 ‘하늘다람쥐(Siberian flying squirrel)’의 생생한 활동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지난 7월 31일, 여름의 짙은 녹음이 우거진 ‘향수호수길’을 걷던 필자는 평생 한 번 보기 힘든 행운을 안았다. 주로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하늘다람쥐가 대낮에 탐방로 인근에서 목격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대청호의 깊은 자연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낀 찰나였다.
숲속에서 펼쳐진 비행과 질주… 살아있는 생태 교과서
당시 숲속 어디선가 날아온 하늘다람쥐 한 마리가 참나무 밑동 부근에 소리 없이 ‘툭’ 하고 내려앉았다. 하늘다람쥐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비스듬히 날아 내리는 ‘하향 착륙’ 습성이 있어 주로 나무 밑동에 먼저 내린다.
착륙 직후 녀석은 지상의 천적을 피하고 다음 활공을 위한 높이를 확보하려는 듯, 무서운 속도로 나무줄기를 타고 기어 올랐다. 이내 안전한 고도에 다다르자 굵은 나뭇가지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숨을 골랐다.
사진 속 하늘다람쥐는 거친 참나무 껍질 위에서 커다랗고 까만 눈망울을 반짝이며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얼떨결에 마주한 순간이었지만, 천적을 의식한 비행부터 착륙 후 질주로 이어지는 하늘다람쥐의 연속적인 생태 행동을 카메라에 완벽히 기록할 수 있었다.
40년간 인간의 발길이 끊겼던 천혜의 보금자리
하늘다람쥐를 품은 옥천 ‘향수호수길’은 1980년 대청댐 완공 이후 무려 40여 년간 인적이 없었던 천혜의 청정 지역이다. 오랜 시간 베일에 싸여 있다가 2019년에야 금강 변 산허리를 따라 5.6㎞의 탐방로가 조성되어 세상에 공개되었다.
긴 세월 동안 자연 그대로 보존된 덕분에 이곳은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 등 하늘다람쥐의 주 서식지인 참나무류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마침 옥천의 대표 여름 과일 축제인 ‘향수옥천 포도·복숭아축제’가 시작되던 날, 대청호의 깊은 자연이 필자에게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선물을 건넨 셈이다.
정지용 시인의 시구처럼 고즈넉한 호수를 품은 옥천 ‘향수호수길’. 이곳은 단순한 힐링 산책로를 넘어 사라져가는 희귀 야생동물의 소중한 보금자리이자 살아있는 생태계의 보고임을 다시 한번 세상에 증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