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안정 나씨가 손자 송익흠에게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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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안정 나씨가 손자 송익흠에게 보낸 편지
  • 문희순 문학박사
  • 승인 2019.04.1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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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순 문학박사

안정 나씨(1647~1737)는 동춘당 송준길(1606~1672)의 둘째 손부이다. 14세에 송준길의 둘째 손자 송병하와 혼인하여 5남 3녀를 낳았으나, 2남 1녀만이 살아남았다. 91세의 나이로 생을 마칠 때까지 회덕 송촌동에서 살았다.
아래의 편지 한통은 안정 나씨가 회덕 집을 떠나 서울에 잠시 머물며 본가에 있던 손자 송익흠(1708~1757)에게 답장편지를 보낸 것이다. 이 때 송익흠의 나이는 10대 초반이다.
편지는 단순 안부를 너머 손자 교육에 엄격한 할머니의 모습을 살필 수 있다. 손자가 글 읽기를 싫어하는 것과 한글글씨가 너무도 상스러움을 나무랐다. 나씨는 손자에게 “ᄒᆞᆫ 일노 ᄇᆡᆨᄉᆞᄅᆞᆯ 안다”는 일침으로 학문에 전념하고 행실을 가다듬을 것을 당부하였다.

【편지사본】

위 편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사람이 오는 편에 (너의) 편지를 받아보고, (부모) 모시고 잘 있고 너의 어머니 병도 조금 낫다고 하니 기쁘다. ② 여기는 돌림병으로 근심이 잇달아 쌓여 절박한데, 경향(京鄕)이 역질이 퍼져 서울까지 무서운 기별을 너무 들으니 주야로 두근두근 하다. ③ 역질을 대할 때는 묶고 끊듯이 엄금하여 피하는 것이 옳으니 어렴풋하게 하지 마라. ④ 세밑에 과거시험들도 보고 그런다. 이제 네 나이도 적지 않은데, 네가 글을 싫어한다는 말이 병 되니, 나이 들어 쓸모없게 된다면 졸연 이게 무슨 짓이냐? ⑤ 너는 이렇게 생각하나 저렇게 생각하나 남보다 힘써 글공부를 하면 오죽 좋겠느냐? ⑥ (너의) 언문 글씨를 보니 상스럽게 여기되, 네 마음을 닦아 정하게 하면 이러하겠느냐? ⑦ 한 가지 일로 백 일을 안다고 하는데, 언문 글씨일망정 전일하게 하면 네 학문 행실을 가다듬고 반성하는 줄로 알겠다. ⑧ 네 부모의 병이 다 심화(心火)라고 하니 네 힘으로 의약으로 고칠 도리가 없으면 너의 글과 인물을 남보다 더 노력하여라. ⑨ 중계(中桂) 열개, 산자 열개, 전 여섯 조각, 곶감 보내니 (하도응)하고 나눠 먹어라. 12월 16일 할머니.
이 편지는 전염병이 전국에 창궐하고 있는 조선의 시대상황, 송익흠의 모친 김호연재(1681~1722)의 질병과 그 병이 ‘심화(心火)’에서 기인했다는 것도 알 수 있다.(김호연재는 시문집 『호연재유고』를 남긴 여성문인으로 유명하다) 안정 나씨 한글편지는 자녀들의 공부에 적극적이었던 조선시대 여성의 한 모습을 보여준다.

【편지 내용 판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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