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과 맥파로 혈관 운동시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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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과 맥파로 혈관 운동시키기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19.04.1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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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팔과 다리를 움직일 때 온몸에 거미줄처럼 펼쳐있는 혈관도 꿈틀거린다. 이렇게 혈관이 꿈틀거리는 이유는 혈관(동맥)도 그 자신 안에 근육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혈관의 구조는 수돗가에 달려있는 고무호스처럼 단순하지 않다. 즉 혈관은 혈액을 수동적으로 흐르게 하는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면서 적극적으로 혈액이 흘러가게 한다. 심장에서 펌핑된 혈액이 도달할 때 혈관은 반사적으로 확장하여 혈액을 받아들이고, 연이어 수축하는 움직임을 통해 혈액을 심장에서 먼 쪽으로 밀어낸다. 이렇게 혈관의 근육이 확장하고 수축하는 움직임에 의해서 혈관의 리드미컬한 파동이 만들어진다.

즉 심장이 혈액을 품어낼 때마다 파동이 동맥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이 파동을 맥파라고 한다. 맥파는 동맥이 피부표면에 가까이 지나는 손목 부위와 같은 곳에 손을 대면 느낄 수 있는데, 이것이 맥박이다. 그러므로 심장이 박동하는 횟수 즉 심장박동수와 맥박수는 같다. 

운동을 하면 심장은 더 강하고 빠르게 혈액을 품어낸다. 그로 인해서 맥파도 더 강해진다. 우리가 걷거나 달리기 시작하면 혈관의 파동도 더 크게 일어난다. 몸 안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혈관은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운동을 하는 중에는 심장이 품어내는 혈액량이 증가하므로 혈압도 상승한다. 혈압은 혈관 내벽에 미치는 혈액의 압력을 의미하는데, 이 압력이 일시적으로 높아지면 혈관의 내벽을 이루고 있는 혈관내피세포가 자극을 받는다. 이로 인해서 혈관내피세포는 산화질소(NO:natric oxide)라는 물질이 생성하여 혈관 내로 분비하는데, 이 산화질소는 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운동이 끝나고 나면 이 산화질소의 혈관확장 작용에 의해서 안정 상태의 혈압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 현상을 운동유발성 저혈압(exercise-induced hypotension)이라고 하는데, 운동이 끝나고 수 시간 또는 길게는 20여 시간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이러한 일회적인 운동효과는 장기적으로도 고혈압 상태를 개선시키는 효과로 나타난다. 전체의 95%를 차지하는 본태성고혈압(일차성고혈압)은 그 근본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고혈압을 말하는데, 규칙적인 운동은 이 본태성고혈압환자에게 있어서 혈압의 뚜렷한 개선 효과를 보인다. 물론 고혈압 환자의 경우 우선적으로 혈압을 낮추는 약을 처방받아 고혈압으로 인한 혈관손상과 그로 인한 심질환이나 중풍과 같은 합병증의 위험성을 낮추어야 한다. 그런데 꼭 기억해야할 것은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함으로써 혈압을 더욱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상시 혈압이 높은 상태가 유지되는 고혈압과 함께 비만이나 고혈당, 고지혈증과 같은 문제를 갖고 있으면 활성산소와 같은 해로운 분자들이 많이 증가하며, 이로 인해서 혈관확장작용을 갖는 산화질소(NO)를 만들어내는 혈관내피세포의 기능이 저하된다. 이로 인해서 혈압은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초래되기 쉽다.

또 최근 연구들은 운동이 혈관내피세포에 미치는 새로운 효과들을 밝히고 있다. 즉 운동에 의해 산화질소를 생산하는 내피세포의 기능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내피세포 자체의 손상을 복구하고, 혈관의 신생을 돕는 순환내피기원세포(EPCs)의 생산이 촉진된다는 점이다. 이 순환내피기원세포는 골수에서 만들어져서 혈액 중에 순환하는 희귀한 세포로서, 내피세포로 분화되어 혈관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결론적으로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은 혈관의 맥파를 더 강하게 발생시키는 행위이다. 즉 혈관을 운동시키는 일이다. 이렇게 혈관을 운동시키는 가운데 혈관내벽을 이루고 있는 혈관내피세포의 기능이 개선되는데, 이를 통해 혈관은 더욱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인체의 노화는 혈관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이 혈관이 더 자주 꿈틀거리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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