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 속 호랑이 도자기에서 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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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속 호랑이 도자기에서 놀다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02.14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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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주제를 도자기에 담는 오형신 작가
20년 전 옥천에 귀촌, 작품 활동에 혼신

“불편하게 살고 싶어서 들어왔다. 장작을 패고 흙을 만져 도자기를 굽는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주변을 그대로 두려고 고집해오고 있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살릴 때 가장 아름답다. 인간이 편하자고 개발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나는 자발적 불편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그러고 나니 몸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몸은 움직일 때 건강해지더라. 내 후반부 인생 목표는 끝까지 열심히 살다갔다는 얘기를 듣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만 열심히 살아내고 있다”고 도예작가 오형신(63) 씨는 말했다. 그녀를 만나 20년간 살아온 옥천과 그녀의 작품세계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편집자 주>

△ 그곳의 풍경
군북면 소정리 47-4번지 ‘오네마루’라는 카페가 있다. 유리창으로 대청댐이 한눈에 들어온다. 겨울풀 수석거리는 소리가 발아래서 들리는 듯하다. 그곳에서 도자기를 만들고 굽는 오형신 도예작가는 직접 흙으로 만들었다는 페치카에 불을 부치고 있었다. 한쪽에는 자르다 만 장작들이 그대로 있었다. 어디서 모여들었는지 들고양이 대여섯 마리도 마당을 한가로이 돌아다녔다. 도자기 가마가 군데군데 보였다. 가마가 여러 개라 다양한 색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 작가가 만든 도자기 빛깔은 다양했다. 커피재를 태워 색을 냈다는 찻잔의 빛깔이 매혹적이었다. 카페 내부에 진열되어 있는 생활도자기는 판매용으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위쪽 건물 하나는 갤러리로 꾸며져 있어 그녀의 다양한 작품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었다. 히말라야를 다녀온 후 도자기에 그린 산은 독특했다. 흙과 불과 작가의 혼이 담겨 독특한 작품이 탄생된 것으로 보였다.

△ 회계사에서 도예작가로의 변신
오형신 작가는 집안에 회계사가 많았다. 그 영향이어서인지 자연스럽게 IT업계에서 일하게 된다. 회계학과 컴퓨터를 전공하고 40세까지 회계사 사무실을 운영했다. 그러다 19년 전인 1999년 경치가 아름다운 곳을 무작정 찾아다니게 되었다. 몸이 허약했던 그녀는 쉬면서 일할 장소가 필요했다. 그렇게 발품을 팔아 찾은 곳이 옥천의 소정리다. 연고 없는 이곳에 온 단 하나의 이유는 풍경이 아름다워서다.

그녀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70년대 시골을 그대로 두고 바꾸지 않는다. 어릴 적 외갓집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길 원해서란다. 담배 건조장을 개조해 작은 황토찜질방을 만들었고, 새로 시작하게 된 도예가로서의 삶을 지속하다보니 만든 작품의 순환이 필요했다고. 작품 판매를 위해 작은 카페를 내게 된 것이라며 “옥천에 와서 20년을 산 게 꿈만 같다”고 읊조렸다. 오 작가는 “돈은 있으면 있을수록 돈의 노예가 된다. 60이 넘어 더 욕심을 내면 잘못된 것으로 이 나이에 행복할 줄 모르면 바보”라고 “지금은 절대적 자기 안에서의 행복을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젊었을 적엔 나도 돈 욕심을 냈다. 근데 이제 60이 넘어 돈을 악착같이 버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후세대에 자리를 내줘야 하지 않겠는가. 지켜볼 줄 아는 인생이길 원한다. 내가 말없이 양보하는 것이 젊은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든다”고 조용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 민화속 호랑이 도자기 탄생
오형신 도예작가는 민화에 등장하는 우리나라 토종 까치호랑이를 최초로 도자기로 형상화해냈다. 해학적이고 자연스런 표정이 압권이다. 표정이 다양하고 움직임은 자연스럽다. 무서운 호랑이가 아니라 친숙하고 익살스러워 곁에 두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호랑이의 다양한 표정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닮아있다. 이러한 작품을 만들어내기까지 작업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자료를 찾는데 6개월이 걸렸다. 표정 스케치를 하는 데에도 3~4개월이 걸렸다.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흙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견고하고 자연스러운 작품을 만드는 일이었다고. 청자와 백자를 굽는 온도와 같이 1250도의 높은 온도에서 제작되는 그녀의 작품들은 초벌과 재벌을 거쳐 삼벌 작업까지 한다. 고온에서 흙이 무너지기 쉬워 호랑이의 다양한 표정과 몸짓을 살리는 게 어려웠다고. 이런 과정을 거친 오 작가의 호랑이는 마치 금속으로 제작된 것처럼 견고하다. 그러면서도 자연스러운 선을 유지한다. 반죽을 툭툭 던졌을 때 나오는 주름과 굴곡을 억지로 없애지 않고 이에 맞춰 작품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작가의 특유한 작업방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렇게 만들어진 호랑이는 개인전을 통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민화를 소재로 한 작품전시회를 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녀는 “민화만큼 좋은 소재가 없다. 민화가 가진 매력은 무궁무진한 것으로 도예 작업을 통해 우리민화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예술가로서의 소망을 내비쳤다. 또한 오 작가는 “살아있는 한 내 몸은 움직일 것”이라며 “평생 일해 뭉툭해진 할머니 손의 위대함을 보았다. 나 역시 자연 속에서 작품을 만들어나가며 노동의 신성함을 몸으로 느끼며 살아갈 것”이라고 예술가로서 옥천에서의 생활에 대해 전해줬다.

△ 오형신 도예작가
명지대학교 도자기기술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2013년에는 충북문화재단 문화코디네이터로 일한다. 2014년 이천도자기축제 심포지엄Ⅱ-유약 발표를 했다. 같은 해 학술지 한국도자학연구 논문을 발표한다. 현재는 한국미술협회, 대전도예가협회, 옥천미술협회, 한국실내환경디자인협회, 환경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또한 새하얀미술대전, 보문미술대전 초대작가다. 2006년 제8회 보문미술대전 우수상, 2007년 제9회 보문미술대전 특선, 2007년 제1회 대한민국새하얀미술대전 특선, 2008년 보문미술대전 특선, 2014년 대한민국 남북통일 세계예술대전 은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11년 첫 개인전 ‘그대의 작은 위안’, 2015년 두 번째 오형신 도예전을 개최했다. 그 외 다양한 단체전에 참가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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