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이 뭔데 주민갈등”…화합 우선한 장찬리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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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이 뭔데 주민갈등”…화합 우선한 장찬리 사람들
  • 임요준기자
  • 승인 2018.12.13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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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찬저수지 수상태양광시설 설치 만장일치 ‘반대’
옥천군·동이·이원면민 아우르는 반대추진위 구성
이원면 장찬리 주민들이 장찬저수지에 수상태양광시설 설치를 두고 찬반 투표에 나선 가운데 주민 전원이 반대의사에 거수하고 있다.

내년 풍년을 기약하는 함박눈이 내리던 지난 11일 이원면 장찬리 장터에 30여 주민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농어촌공사 옥천영동지사에서 장찬저수지에 수상태양광발전시설 설치계획에 따라 지난 달 1일과 18일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후 한 달여 만이다.(본지 143호 1면 보도)

농어촌공사의 설명회 후 주민들 간 격렬한 찬반의견이 나뉜 가운데 주민 자체적으로 토론회를 개최한 것이다. 토론회는 주민 9명이 지난 9일 괴산군 소수저수지와 영동군 추풍령저수지 두 곳을 대상으로 견학한 것에 대한 분석보고도 이뤄졌다.

먼저 의견제시에 나선 주민 S씨는 “지난 9월에 설치한 소수저수지는 당초 농어촌공사가 약속한 1400만 원 수익이 아닌 900만 원 정도만 발생되고 있다. 그나마도 50%만 지급되고 나머지는 주식 형태로 보관되다가 시세가 좋을 때 판매한다”며 “주변 경관이 좋거나 관광객이 늘어나는 효과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추풍령저수지는 3년 전 주민들 반대에도 무리하게 추진했다. 수중생태계 환경오염이 심각하고 물안개가 많이 피어 농작물 피해가 심하다. 설치 후 위탁운영체제여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조목조목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또 다른 주민 L씨는 견학소감에 대해 “가장 큰 문제는 경관이 좋지 않았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경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민 K씨는 햇빛이 들지 않아 하수구가 썩는 사례를 들며 “태양광이 설치된 곳은 햇빛이 들지 않아 물이 썩는다. 저수지와 같은 고인물인 경우 더 그러하다”며 수중생태계 파괴를 염려했다.
장찬리에서 태어나 현재 이원면에 거주하면서 이곳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또 다른 S씨는 “장찬저수지는 이원의 명소”라며 “여기 모인 주민들 모두는 장찬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주민들이 갈라서는 게 안타깝다. (태양광으로 인해)원수 되어서 되겠는가. 서로 등지는 일 없게 하자”라고 주민갈등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다른 주민 S씨는 “겨울에는 빙어낚시 하는 곳이다. (설치되면)물이 썩는다. 추풍령저수지는 오염됐다. 물고기가 죽어 나간다. 돈에 현혹되어서 속으면 안 된다. 순간의 오판으로 후회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민 L씨는 “기형물고기가 발생한다. 좋은 환경을 후세에 물려주자”고 애절함을 드러냈고, Y씨는 “태양광이 뭔가. 이웃 간 민심이 사나워져 아쉽다. 동네 민심에 적지지 말자”고 화합을 강조했다.

이어진 송경숙 이장은 “오늘로서 찬반을 결정하고 내일부턴 우리가 결정한 것에 대해 행동해야 한다”며 투표여부를 물었다. 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거수투표로 진행된 결과, 참석주민 전원 만장일치에 따라 설치 반대로 최종 결정됐다.

송 이장은 기자와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까지 오해도 있었다. 그래도 내 의견을 제시하는 것보다 주민들이 직접 이해하고 서로 상의하고 설명해 가길 원했다. 이젠 한마음으로 모아졌으니 앞으로 장찬저수지를 지키는데 열심히 일 할 것”이라며 “농어촌공사에 결과를 강력히 전달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반대대책추진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옥천군과 이원면, 동이면 등과 서로 연계하고, 지역 군의원 두 분과 도의원님 등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추진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권역사업으로 데코시설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 야외결혼식과 묘목축제 때는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농어촌공사 옥천영동지사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내용은 없다. 이후 공식 내용이 들어오면 검토하겠다”면서도 “충북 본부장님께서 지난 5일 개심저수지 관련 주민들과 간담회에서 일정수준 주민들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 하셨으니 그 맥락에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해 사업추진 중단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번 장찬리 주민들의 민주적 결정과정을 보면서 마을이장 역할과 주민들이 태양광을 알아가는 과정이 인상적 이다. 송 이장은 자신의 개인적 의견은 전혀 드러내지 않은 채 오롯이 주민들 스스로가 견학하고 느끼고 공부하면서 태양광발전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최종 결정한 것이다. 논의 과정에서 일부 언성이 오가긴 했지만 민주적 절차에 의한 최종 결정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거기에는 마을이장의 인내심과 현명한 판단이 뒷받침됐다. 이번 장찬리 사건은 주민들 간 마을사업 결정에 있어 좋은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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