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로 찾아온 옥천, 제2 고향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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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로 찾아온 옥천, 제2 고향 된 사연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10.1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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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이사에서 기타연주가·바리스타 최환철 씨
귀촌인 최환철 씨.

동이면 적하리 최환철(66) 씨 마당에는 누런 호박이 황금빛으로 여물어가고 있었다. 며칠 전 고구마를 수확한 자리에는 햇살이 가득했다. 아침마다 물을 준다는 작은 비닐하우스 안에는 대파가 싯푸르게 싱싱했다. 그는 봄부터 이곳에 식구들이 먹을 아삭이 고추 서너 그루, 꽈리 고추, 상추, 가지 등 텃밭 채소를 조금씩 심고 가꾼다고 했다. 서울에서 옥천으로 내려와 그가 하는 즐거움 중의 하나라고.

최 씨는 2008년 현대자동차 이사로 퇴임한 후 관련업체 일자리를 위해 2009년 말 옥천에 내려오게 됐다. 그는 일이 끝나고 어려서부터 좋아하던 음악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옥천클래식 기타동호회에서 2년 정도 하다가 본격적으로 배우기 위해 매주 2회 서울에서 레슨을 받아온 지가 6년째다. 적하리 자신의 집에서 기타 연습을 하는 과정이 너무나 행복하다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현재 클래식 기타 합주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합주는 상대방의 음을 배려하는 것으로 같이 화음을 이뤄 나가는 것”이라고 음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분명하게 말했다. 옥천에 내려와 ‘기타 동호회’에서 취미생활을 하며 지인들이 많이 생겼다. 이러한 인연으로 그는 3년 전 현대자동차 관련업체 일을 그만 두었음에도 서울로 올라가지 않았다.

악기를 하면서 사람들과 정이 많이 들어 올라갈 수 없었다고. 2015년 그는 적하리에 땅을 구입하고 3년 전 햇살 잘 드는 이곳에 넓은 창문을 낸 자신의 집을 지었다.

아버지의 고향이 함경북도 회령이기 때문에 고향을 찾아갈 수 없었던 그에게 학창시절, 시골에 고향이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던 그는 “손주들이 찾아오면 이곳은 할아버지 집이라며 아주 좋아한다”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옥천군 평생학습원에서 바리스타 과정도 이수하고 자격증도 땄다. 현재는 바리스타 과정 1기생들과 ‘옥천커피바리스타동호회’를 결성하고 회장으로 활동하며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최 씨는 “많이 배우고, 베풀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노년의 바람직한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클래식기타도 10년 배웠으니 누군가에게 나눠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혼자 즐기는 것이 이웃에게 미안할 때가 있다”며 “복숭아 수확기 일손이 부족할 때는 이곳에서 알게 된 농장하는 동생네 집에 가서 일손을 거들기도 하는데 특히 상자 접는 것은 전문가 수준”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옥천에서의 생활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 이라며 인연을 맺어 이곳에서 살게 된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악기를 다룰 수 있고, 텃밭 농사를 지으며 흙을 만지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삶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대부분 서울 사람들은 춘천이나 양평으로 귀촌을 선택하는데 그곳은 길도 막히고 땅값도 비싸다며 옥천으로 내려오니 교통수단도 편하고 제철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어 건강해지는 느낌이라고.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옥천에서의 생활이 좋은 것은 봄, 여름, 가을 창문을 열면 신선한 공기와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하다는 것이라고. 아직 일하는 그의 아내가 서울에서 내려오지 못해 주말이면 서울에 올라가야 하지만 월요일 옥천으로 내려올 때마다 그는 휴가 오는 기분이라고 했다.

서울에서의 기타 레슨, 옥천에서의 기타 연습과 동호회 활동 등 서울과 옥천을 오가며 꽉 찬 일주일을 보내는 그에게 기차타고 옥천으로 내려오는 월요일 아침마다 늘 설레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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