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향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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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향하는 삶
  • 손채화 시인
  • 승인 2020.01.1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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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채화 시인

1957년 효봉 스님이 70세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취임하셨을 때 이승만 대통령의 생일잔치에 초대되어 경무대(지금 청와대)로 축하 인사를 갔다. 대통령께서 효봉 스님이 들어오시는 것을 보자 벌떡 일어나 손을 마주 잡고 앉을 자리를 권했다. 그리고는 “스님 생일이 언제입니까?”하고 물었다. 효봉 스님은 “생불생 사불사(生不生 死不死)라 살아도 산 것이 아니요,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닌데 생일이 어디 있겠소.” 이 말에 이승만 대통령은 정색을 하고 ‘생불생 사불사’를 입속으로 거듭 뇌였다. 생일잔치가 끝나고 스님이 나오실 때 따라 나오면서 스님 귓가에 대고 “우리나라에 도인(道人)이 많이 나오게 해 주십시오.”라고 부탁하셨다고 한다.

효봉 스님께서 말씀하신 ‘생불생 사불사’의 의미를 역(逆)으로 말하면 ‘생시생 사시사(生是生 死是死)’가 될 것이다. 즉 사는 것 같이 살다가, 죽는 것 같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이런 삶은 얼마나 행복할까? 누구에게나 단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인생이기에 음미해 볼 만한 말이다.

우리 인생은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의 그림자가 항상 곁에 따라 다닌다. 또 삶과 죽음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 선로 위를 마주 보고 달려오는 기관차의 형상이다. 이 두 기관차가 서로 맞닥뜨리는 바로 그 시점이 삶의 끝이며 죽음의 시작이기도 하다.

요즘 국정수행에 있어서 고위공직자의 아집과 교만·과욕 그리고 직권남용 등의 부정과 비리 혐의로 나라 안이 시끄럽다. 직위는 높다지만 삶의 모습은 참으로 비참하게 보인다. 정의와 공정의 가치가 무너지고 국민의 분열을 이르게 한 조국 사태를 지켜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고 권력의 무상함을 느꼈다. 그리고 유재수 전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의 감찰 무마 사건과 김기현 울산광역시장의 하명 사건도 수사 중이다. 수사기관을 통해 혐의가 명확히 밝혀져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공직에서 주어진 임무가 있지만 물러날 때를 몰라서 불행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이 아닌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누구나 남은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내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고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 자신의 일도 다 하지 못하면서 남을 간섭하고 미워하고 분노하며 서로 갈등을 겪으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부끄럽지 않은가?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그리고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자신을 낮추고 마음을 비우는 너그러운 자세가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행복도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다. 오늘이 내 인생의 시작이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다음과 같은 일생(一生)을 마음속으로 그려보자.

갓난아이가 어머니 뱃속에서 이 세상에 나올 때 울음소리를 내면서 두 손을 꼭 잡고 태어나지만 가족·친지 등 주위 사람들은 기쁨으로 박수를 치며 축하를 한다. 하지만 한평생을 살다가 죽을 때는 아무것도 가져갈 것이 없으므로 두 손을 펴고 웃음으로 이 세상과 작별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 주변 사람들은 고인의 삶에 아쉬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하는 아름다운 삶일 것이다.

※생불생 사불사(生不生 死不死)!
살아도 산 것이 아니요,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닌데 욕심은 내서 무엇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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