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양장이 서던 날,
백반 정식 소문난 중남식당은 파리지옥이었지
미식가라 자칭하던 것들이
잔칫날인 듯 차려진 밥상 위로
펄펄 끓는 국속으로 겁 없이 뛰어들어
입맛 다시는 노마드 청춘들
천장이 내려 준 구름다리 타고 올라가
걸쭉한 훈장처럼 박제된 양 날개
까마득한 허공만 파먹고 살아도
지상에서 영원으로 갈 수 있는지
산해진미 눈앞에 둔 처절한 전쟁터
입맛 찾아 떠돌던 여자
허기진 한 때, 모처럼 채우고 있었지
군내 나는 청국장쯤으로 여겨 밀친 사내도
제철음식 최고라 편식하던 그녀도
우화를 꿈꾸는 집파리처럼,
사흘을 채 못 넘기던 부나비 사랑
기둥서방처럼 껴안다 불어터진 달콤한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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