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서 옥녀봉과 식장산의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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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서 옥녀봉과 식장산의 설화
  • 전순표 시인·옥천향토전시관 명예관장
  • 승인 2019.12.0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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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순표 시인·옥천향토전시관 명예관장

옥녀봉은 용봉 서편 아래 봉우리로 군서면 하동리와 동평리 사이에 있는 산으로 예부터 절세미인이 12줄 가야금을 타는 옥녀탄금형의 명당이 있다는 옛이야기가 전해 온다.
옛날 군서 하동리 용봉 아래 서화천 기슭에 다정한 부부가 살았는데, 자식이 없어 늘 걱정이 컸다. 이 부부는 자식을 얻기 위해 오랫동안 마을 뒷산에 정성을 다해 아들 낳기를 소원하며 매일 치성을 드렸다.
이 같은 치성을 한 덕택인지, 부인의 몸에 태기가 들어 뒤늦게 귀여운 딸 옥녀(玉女)를 얻게 되니, 온 가정에 기쁨이 넘쳐났다. 이에 부부는 딸을 금지옥엽처럼 귀히 여기며 애지중지하였는데, 딸 옥녀가 얼마나 영리하고 귀여웠는지, 뭇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랄수록 선녀 같은 아름다운 미모와 재주 또한 출중하였다.
특히 옥녀는 선녀 같은 아름다운 자태에 가야금마저 잘 타서 이 가야금 선율은 듣는 사람들에게 감탄과 함께 황홀감에 쏙 빠지도록 연주를 잘했다. 그러나 예부터 미인박명이라 하였던가? 꽃봉우리가 채 피어나기도 전에 아리따운 옥녀는 마을에 번진 장질부사에 걸려 갑자기 죽게 된다. 이에 그녀의 부모는 금지옥엽 같던 딸이 갑자기 죽으니, 청천벽력에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과 슬픔을 겪으며 딸 옥녀를 뒷산 높은 봉우리 아래 묻어 주었다. 이런 일 있는 다음부터 이 산을 옥녀가 묻힌 산이라 하여 옥녀봉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절세 미인이 가야금 타는 길지
풍수에 밝은 사람들이 예부터 이곳 하동리 옥녀봉에는 ‘옥녀탄금형(玉女彈琴形)’의 명당 길지가 있으며 그 아래 서화천 강 건너 넓은 마고실 들판이 장구 형상인지라, 가야금과 장구는 서로 조화를 잘 이루는 악기로서 옥녀봉은 길지 중에 명당지라 소문이 자자했다 한다. 그 뒤에 이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옥녀봉 산기슭 명당에 조상 묘를 써서 자신과 후손이 발복해 주길 소원하였다고 전해진다.
서화천 물처럼 세월이 유수처럼 흘러서 1975년에 이곳 옥녀봉 아래에 중부권 최대의 중요시설인 ‘신옥천변전소’가 자리 잡게 되어서 높은 철탑이 세워지자, 동서남북으로 전선줄이 칭칭이 놓여졌다. 겨울이 되면 됫 바람에 전선줄이 잉잉 우는 소리가 마치 옥녀가 가야금을 타는 듯 들린다. 한편 옥천 서부지역인 군서면과 대전시 남부를 가르는 식장산에 효자 아들의 지극한 정성에 매일 어머님께 봉양할 맛난 음식이 가득히 나왔다는 설화가 있다.
 
효자부부의 진귀한 식기와 식장산
옛날도 아주 오래된 한 옛날에 옥천과 대전의 경계를 이루는 식장산 깊은 산기슭에 효자 부부가 어린 아들과 늙으신 홀어머니를 모시고 비록 초가삼간에 살았다. 비록 풍족하지 않은 살림살이에도 그들 부부는 어머니에 대한 효성이 남달리 지극해서 어디에 맛있는 음식이 있다하면 꼭 그 음식을 구해 어머님을 즐겁게 봉양했다.
그런데 어린 아들이 할머니께 구해 드린 맛있는 음식을 먼저 다 먹어치우곤 하여서 궁리 끝에 부부는 아들이 귀엽지만, 뒷산에 매정하게도 묻어 없애기로 작정하였다. 그들 내외가 어린 자식을 산속에 묻어 버리려고 땅을 파 내려가니, 그곳에서 진기한 식기 그릇 하나가 나왔다.
이들 내외는 자식을 묻어 버리기에는 너무나 가여워서 어머님이 진지를 잡수실 때는 아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기로 하고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 아내는 진기한 그릇을 잘 씻어서 음식을 담아 놓았더니, 이상하게도 담아 놓은 음식은 간데없고 맛난 음식이 늘 가득히 채워져 있었다 한다.
그들 부부는 산신령께서 늙으신 어머님을 잘 봉양하시라고 내려 주신 것이라 생각하고 그 그릇을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만 쓰고 도로 그 자리에 묻어 두기로 약속했다. 세월이 흘러 어머님이 돌아가시자, 그 그릇을 다시 그 산자락에 묻어 두었다 한다. 훗날 효성스런 두 내외가 식기를 묻은 산이라 하여 식기산, 식장산(食欌山), 섹경산이라 불리게 되었다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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