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나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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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 생각
  • 정하해 시인
  • 승인 2019.11.1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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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해 시인

감정의 진행 속도가 빠를수록 잎의 살결은 붉다
숲은 낮게 몸을 숙이고 두 번째 변성기가 찾아온다
뾰족하게

벌레 먹은 구멍은 날카롭고도 굵게
한 번 또는 서너 번 갉아 먹힌 갈림길, 바짝
목이 타 들어갔다

그는 늙어서도 무릎 꿇고 웃을 줄 안다
나뭇잎에 찍힌 붉은 소인을 나이테로 되감아 놓는다
뿌리를 버린 추억
생소하다

첫, 떨림으로
한 잎씩 물들였던 색깔나무, 당신이 맨 처음이었다
단색을 단번에 무지갯빛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힘
잎잎이 얼굴 붉어지게 하는
눈빛

단풍은 흔들리는 빛깔을 가졌다
숨찬 기억을 들고 숲으로 바람을 몰고 가는
저물녘 노을을 쳐다본다
빛 하나로 마음을 부릴 줄 아는 가을 숲의 제왕
당신이 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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