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농업인(農業人)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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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농업인(農業人)의 날
  • 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 승인 2019.11.1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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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원래 농업인의 날은 원홍기 전 축협 대표 등의 주도로 원 대표가 살던 강원도 원주시 지역을 중심으로 1964년부터 개최되었습니다.

1996년 5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권농의 날을 폐지하고, 11월 11일을 농어업인의 날로 지정하였습니다. 농민은 흙에서 나서 흙을 벗 삼아 함께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흙 土자가 겹친 土月土日(11월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정하였습니다. 이때가 모든 영농을 마치고 풍년제를 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라는 것도 하나의 이유였습니다. 1997년에는 농어업인의 날을 농업인의 날로 변경했습니다.

농업인의 날에는 농업인의 노고에 감사하는 기념행사가 개최되며, 같은 날인 11월 11일을 가래떡의 날로 정하여 쌀 소비를 촉진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합니다.

국이민위본 민이식위천(國以民爲本 民以食爲天).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처럼 여긴다는 의미입니다.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손호(孫皓)에게 명재상 육개(陸凱)가 올린 상소문에 있는 구절입니다. 손호는 손권의 손자로 오의 3대 황제에 올랐지만 폭정을 일삼다가 진(晉)나라에 나라를 넘겨줬던 인물입니다. 난세에 나라를 지키는 데 탁월했던 손권과는 달리 손호는 백성을 수탈하고 나라를 피폐하게 만들어 망치고 말았습니다. 육개는 이러한 황제의 전횡을 막기 위해 강직하게 간언을 했던 충신으로, 손호도 함부로 하지 못했던 인물이었습니다.

육개가 올린 상소문의 첫머리에는 이렇게 실려 있습니다. “신이 듣기로 도가 있는 군주는 백성의 즐거움을 자신의 즐거움으로 삼고, 무도한 군주는 자신을 즐겁게 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다고 합니다. 백성을 즐겁게 하는 자는 자신의 즐거움도 영원하지만, 자신만 즐겁게 하는 자는 곧 멸망하고 맙니다. 무릇 백성이란 나라의 근본이므로 진실로 그들의 식량을 중시하고 목숨을 아껴줘야 합니다.”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긴다.’는 구절의 의미는 굶어죽는 사람이 다반사였던 시절, 식량을 얻는 것이 삶의 가장 중요한 목표였음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훌륭한 군주들은 백성들이 경제적 안정을 누리도록 선정을 펼쳤던 이들이었습니다. 세종대왕은 권농교서(勸農敎書)에서 ‘백성들이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게 하기 위해서는 농사를 귀하게 여겨야 한다.’고 하며 이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춘추시대에 제나라 환공을 ‘춘추 5대 패왕’으로 만들었던 명재상 관중도 자신의 통치철학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백성들은 곳간이 가득 차야 예절을 알고 의식이 풍족해야 영예와 치욕을 안다.”

관중은 제나라를 군사대국(軍事大國)뿐 아니라 ‘예의염치(禮義廉恥)’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대국(文化大國)으로 만들고자 하는 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자도 ‘만약 관중이 천하를 바로잡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직 오랑캐로 살아야 했을 것이다’라고 관중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관중이 품은 통치철학의 핵심은 바로 백성을 잘살게 하는 데 있었습니다. 아무리 부강해져도 나라의 근본이 되는 백성이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으면 나라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을 관중은 똑똑히 알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고사들을 첨단과학 시대인 오늘날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무리 강대국이라고 해도 식량을 자족하지 못하면 나라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구 환경파괴 때문에 앞으로 무력에 기반한 전쟁보다 식량 전쟁이 인류에게 더 큰 위협이 될 거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 역시 눈앞의 경제이익만으로 정책을 세울 것이 아니라 식량부족의 시대를 대비하는 현명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요즘 각 분야의 지도자들이 ‘경제민주화’를 많이 주장하고 있습니다. 말뿐만이 아니라 그 무엇보다 나라는 국민이 근본이라는 철학과 그것의 근본이 되는 것이 바로 농업(農業)과 농민(農民)이라는 사실도 깊이 새길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농업 농촌이 어렵다는 것을 저는 아프도록 잘 압니다. 그러나 농업 농촌에 희망이 있다는 것 또한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농업인의 날은 농업인 여러분이 힘내시는 날입니다. 농업인 여러분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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