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재배 고춧가루가 무농약으로…학교영양사들 제보로 들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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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재배 고춧가루가 무농약으로…학교영양사들 제보로 들통
  • 임요준기자
  • 승인 2019.10.30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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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두부·들깨·미숫가루에 이어 고춧가루까지
학부모 “어린 학생들 먹는 걸로 장난치는
업체는 더 이상 용납 안 돼 퇴출시켜야”

옥천살림 관내 학교에 227kg 공급

이중 36% 이미 아이들 식단에 사용

“생산자가 공급 못해 발생한 일.

양 부족하면 지역농산물로 대체” 해명

郡 “행정적 착오로 이뤄진 것” 업체 옹호

옥천살림이 무농약 고춧가루라면서 학교급식에 공급한 일반 고춧가루(왼쪽), 공지 없이 부정 공급한 일반 고춧가루를 무농약 고춧가루로 교환한 제품

‘우리지역 모든 학교에선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무농약 고춧가루를 사용한다’

타 지역 학생들이 들으면 부러움의 대상이다. 학부모라면 누구나 내 아이를 보내고 싶은 심정일 게다. 하지만 사실을 알고 보니 무농약 고춧가루는 농약을 살포해 재배한 관행농업 고추로 만든 고춧가루였다. 사실이 알려지자 학교 관계 기관은 물론 학부모들까지 분통을 터트렸다. 눈뜨고 코 베인 사건이 바로 우리 옥천에서 일어난 것.

옥천교육지원청 관계자에 따르면 무농약이라고 구입한 고춧가루가 관행농업 일반 고춧가루로 밝혀져 반품 및 교환이 이뤄졌다. 문제는 이미 상당량이 아이들 입속으로 들어갔다는 것.

관내 초중고 17개 학교는 10월에 사용할 무농약 고춧가루 총 234.3kg을 주문했다. 친환경 농산물을 취급한다는 옥천살림은 주문을 받고 총 227.3kg을 공급했다. 가격은 kg당 4만3000원(이중 2만 원은 옥천군이, 2만3000원은 학교 부담). 각 학교에서는 공급받은 일반 고춧가루를 아이들이 먹는 음식에 사용해 왔다. 며칠이 지난 후 영양사들은 당초 주문한 무농약 고춧가루가 아닌 농약을 살포해 재배한 일반 고춧가루인 사실을 알게 됐고, 즉각 옥천군과 교육청에 알렸다. 제보를 받은 교육청은 실사에 들어갔고 이 같은 내용은 사실로 드러났다. 각 학교에선 반품과 교환을 요구했고 아직 공급되지 않은 한 학교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주문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 관계자는 “영양사들이 말해줘서 알게 됐다. 공공급식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이 문제를 정식 거론할 것”이라며 황당해했다. 이와 관련 지난 24일 학교급식 관계자 간담회에서 군 관계자는 “(업체의) 행정적 착오였다”라고 해명성 답변을 해 참석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날 옥천살림은 명단에는 있었으나 참석하지 않았다.

옥천살림 학교급식을 총괄하는 A씨는 “무농약 건고추를 공급하겠다던 생산자가 작업을 하지 못해 물량이 없어 청결 고춧가루로 공급하게 됐다. 규정상 친환경 농산물이 부족할 경우 우리지역 일반 농산물로 대체할 수 있으며, 이도 없을 경우 타지 친환경 농산물로 공급하게 돼 있다”고 말해 문제될 게 없다는 식이다.

친환경 농산물만을 취급해 친환경 농업을 살리겠다는 옥천살림의 10년의 외침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무농약 대신 관행 재배 농산물을 공급하면서 학교 영양사들에게 공지를 하지 않았고 공급가격도 무농약 고춧가루 kg당 4만3000원으로 표기했다. 일반적으로 관행 재배 고춧가루는 kg당 3만 원 이하로 공급되고 있다. 

이에 A씨는 “공지를 하지 못한 것은 미흡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가격결정은 공공급식운영위원회에서 이뤄지나 이번 운영위 회의 날이 고춧가루 공급일보다 늦게 이뤄져 발생된 일”이라고 이번 사태와는 다른 해명을 했다.

학교 측의 대응에도 문제는 있었다. 옥천여중 영양사 B씨는 문제의 고춧가루를 공급받고 한참 뒤에야 잘못된 것을 알게 됐다. 공급 받은 날 제대로 된 검수를 했다면 아이들에게 먹이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검수에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그런가 하면 이번 사태에 대해 행정실장은 물론 학교장조차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영양사가 최고 책임자에게 보고도 없이 임의대로 처리한 것이다.

학교급식 한 관계자는 “영양사는 급식재료가 들어오면 철저한 검수를 하게 된다. 이번 사태의 경우 제대로 검수하지 않은 책임문제가 따르게 돼 아마도 상관에 보고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학부모 C씨는 “친환경 공급 농산물에서 농약이 검출되고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당하고...품목도 콩·두부·들깨·미숫가루에서 이번엔 고춧가루까지...”라며 한숨을 내쉬더니 “어린 학생들이 먹는 걸로 장난치는 업체는 더 이상 용납 안 돼 퇴출시켜야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학교는 아이들이 먹는 음식인 만큼 재료입고에서부터 철저한 검수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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