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의 장남 구관
“아버지 정지용, 빨갱이 누명만 벗게 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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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의 장남 구관
“아버지 정지용, 빨갱이 누명만 벗게 해 달라”
  • 김묘순 문학평론가
  • 승인 2019.10.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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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묘순 문학평론가

“아버지 정지용, 빨갱이 누명만 벗게 해 달라(『동양일보』 회장 조철호 증언 구술).”던 정구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정구관은 지용생가가 완공된 날에도 생가마당에 털썩 주저앉아 울었다고 한다.

역사는 이렇게 슬프고 안타까운 일들로 그늘을 드리운 채 그렇게 지나고 있었다.

2016년 겨울. 종로세무서 근처에 있던 깊은샘 출판사가 이사를 하였다. 그곳에는 역사를 대변하듯 전시물들이 출판사 곳곳에 붙어있거나 놓여있다.

정지용의 해금에 대한 자료를 찾고, 박현숙 사장에게 정지용과 구관 그리고 해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자료를 꼼꼼히 모아 정리해 놓으신 모습에서 그녀의 정지용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고맙다.

정지용의 고향 옥천에서 또는 옥천인이 먼저 하였으면 좋을 일들을……. 어찌되었든 이렇게 자료들이 남아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설명을 들었다. 그때 당시 어려웠던 모습이 영상으로 지나가는듯하다.

안타깝다.

정지용의 해금과 관련하여 가장 가슴이 탔던 사람은 장남 구관이었지 싶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아버지 정지용의 시는 「호수」, 「향수」, 「임종」, 「유리창」을 꼽았다. 그는 살아생전 옥천에 가끔 내려왔을 때 필자도 본 적이 있다. 구관은 항상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입모양을 하고 있었다. 무엇인지 할 말이 항상 많아 보이기도 하였다.

정지용의 장남 구관은 음력 1928년 2월 1일 옥천군 옥천면 하계리에서 태어난다. 정지용의 생가에서 태어난 구관은 아버지 정지용과 어머니 송재숙 사이에서 3남 1녀 중 장남이다.

구관은 1945년 카톨릭계인 서울 동성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아버지 정지용의 실종 후 가계를 이끄느라 고생이 심하였다. 여러 가지 사업에 손을 댔고 한때는 광산업을 하기도 하였다.
아버지 정지용에 대한 해금 운동은 사실 1950~1960년대는 식솔을 거두느라 신경을 못 썼다.

1978년 고 선우 휘, 이어령 씨 등 문인들을 중심으로 문학사 바로잡기 운동이 펼쳐지면서 아버지 정지용의 납북 증명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하였다.

1982년 자료를 찾아 관계 당국에 진정서를 냈으나 “시기가 적당치 않다.”는 답변을 얻었다.

1985년 납북시인 김기림의 장남 세환 씨를 만나 2차 탄원서를 제출하였으나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하였다.

1987년 11월 전두환 대통령, 이용희 문공부 장관, 노태우 민정당 총재 앞으로 3차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3차 탄원서에 대한 답변은 “앞으로 출판 허용 문제와 관련, 검토시 참고하겠다.”는 회신이었다.

1988년 1월 납본 필증(『향수신문』, 2019. 9. 4, 4면 참조) 교부 소식이 있었다.

정지용 작품 실종 38년 만에 햇빛을 보게 된 것이다. 정구관은 “어머니 살아생전 해금 되었더라면 큰 효도가 되었을 텐데 ······.”라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전해진다.

정지용의 해금과 관련, 각계의 노력이 있었으리라 본다.

월북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였던 정지용 해금과 관련하여 문단, 지용회, 문학계 관계자와 교수들, 정계와 문화계 인사, 유족, 지역 인사 등의 눈물 나는 고생이 따랐다.

깊은샘 박현숙 사장은 당시의 어려움을 필자에게 전하였다. 여기에 쓰는 내용은 필자가 듣고 본 것들만 서술하도록 하였다. 한편, 「정지용 해금, 그의 고향사람들도 나섰다」 (『동양일보』, 2018. 5. 16.)에 정지용 해금에 고향사람들도 일조하였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그리하여 여기서는 그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도록 한다.

해금과 관련된 이야기를 혹시 필자가 미처 듣지 못하거나 보지 못하여 또는 들었어도 기억해내지 못하여 다 서술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정지용 해금과 관련하여 수고를 해주신 분들께 서운함을 자아내게 할지도 모른다.

서운하거나 불유쾌한 점이 혹여 있다면 필자의 부족함의 소치를 탓하며 양해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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