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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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삶을 위하여
  • 김선환 한남대학교 화학과 교수
  • 승인 2019.08.1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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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환 한남대학교 화학과 교수

인간이 지구상의 생명체 중에서 가장 뛰어나게 된 이유는 생각하는 능력이 고도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인간 이외에도 어느 정도 지능을 갖춘 생명체도 많이 있지만 인간만이 복잡한 사고와 감정체계를 갖춘 유일한 종이다.

인간들만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도 어린 시절에 배운 관습이나 사실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뒤집어지거나 다른 것으로 대치되는 경향을 보인다. 우리가 믿어온 과학적인 사실들도 수정되기 일쑤이다. 우리가 문화나 규범으로 가지고 있는 굳건한 생각들은 세대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교류를 통해 확장되고 수정된다. 과학의 발전도 생각을 바꾸어 나가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동시대의 같은 문화권 속에서도 많은 다른 생각이 존재한다. 이러한 것들은 때로는 전통적인 관습으로 거부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양성이라는 면으로 받아 들어지기도 한다.

오늘 한국 사회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어느 안정된 국가의 사람들과는 달리 급격한 생각의 변화 속에 살고 있다. 그래서 세대 간 생각의 차이를 넘어 오년에서 십년 차이의 간격으로 생각과 행동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그만큼 격동의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다. 생각이 틀린 사람들끼리 여러 가지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갈등의 소지는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온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한번 돌아보면 의외로 많은 것이 달라져 있음을 알게 된다.
나이 든 이에게는 젊은 시절에 가졌던 생각을 지금도 변함없이 가지고 있으므로 시대의 변화에 곤란을 느끼는 경우를 많이 본다. 지금까지 가져온 나의 생각은 큰 틀에서 잘 변하지 않는다. 어떤 것은 신념으로 어떤 것은 고집으로 보일 수 있다. 반드시 변하지 않음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나쁜 것도 아니다.

우선은 내가 불편하냐 아니야 하는 것이고, 그 생각이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편하고 불편하다는 것은 결국 마음속 감정의 문제이다. 나의 감정이 편한 상태인가 불편한 상태인가 하는 것이다. 말은 그렇다고 하고 감정이 다르다면 그 감정은 소멸되지 않고 축적되어 쌓이기 마련이다. 여러 가지 합리적인 이치로는 그러한데 감정이 못 받아들이면 그것은 본래 자기 생각이 아닌 것이다. 문화적인 관습이나 사회적 체면 때문에 마지못해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했다면 언젠가는 본래의 모습으로 표출된다.

타인과의 관계를 떠나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와 또 다른 나와의 관계에서 감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생각은 불안하다. 내 생각을 구사 할 대상은 나 이외에는 없다.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야 말할 필요도 없다.

나이 들어서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감정을 뒷받침하는 생각으로 나를 만들어야 한다. 사고의 틀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스스로 생각하여 깨닫거나 열린 마음의 자세로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이면 나의 생각으로 만들 수 있다.

생각이 서야 실천할 수 있다. 생각이 많은데 실천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생각이 완전하게 자리 잡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화되지 못한 남의 생각은 어느 한구석 나의 마음속 감정을 분노하게 하거나 슬프게 한다.

주위의 누구를 원망하거나 자신을 원망하게 된다. 감정은 생각을 앞서간다. 그 대부분은 자동으로 표출되는 무의식의 감정이다. 이러한 감정은 생각으로 잘 제어되지 않는다.
단지 그 사실을 알고 그렇다고 자꾸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 제어가 가능할 뿐이다. 그러나 생각을 유연하게 한다면 감정도 유연해진다. 다양한 생각들 그리고 행동들은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 예술을 통해 얻어지고 경험 할 수 있다.

익숙해지면 낯설지 않다. 하나의 문화가 아니라 융합되고 통합된 넓어진 문화 속에 나의 사고와 행동을 조정하고 넓힐 수 있다. 단지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은 집단적 사고와 획일적 행동양식 들이다. 조금 더 개인적인 판단과 자신의 주관에 따른 사고를 할 수 만 있다면 스스로 만든 과거의 틀에서 자유롭게 벗어 날 수 있다.

비우라는 말이 유행이기는 하지만 지구를 떠나기 전까지 모든 것을 내려놓기가 어렵다. 내려놓은 다음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일단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새로운 것을 집어 들어 행동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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